온스테이지 284번째 이호석

온스테이지 284번째 이호석

ONSTAGE. 사색하는 선율
http://music.naver.com/onStage/onStageReview.nhn?articleId=6856&menu=onStageReview

'넌 버릇처럼 말하지 / 숨 쉴 곳이 필요하다고 / 욕심과 질투로 가득한 이 도시는 너무 답답하다고'('비정체성') 영상을 보며 내내 생각했다. 적지 않은 숫자의 촬영 스태프들을 저 먼 섬 제주까지 훌쩍 떠나게 만든 건 어쩌면 이 노랫말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고. 온스테이지 이호석 편의 포문을 여는 노래 '비정체성'은 정규작으로는 4년 만에 발표하는 앨범 [이인자의 철학]의 첫 곡이기도 하다. 답답하다고,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이를 달래거나 부추기기는커녕 그저 가만히 듣고 조용히 관조하는 사람. '바라만 보는 것'이 얼마나 어렵고 또 그만큼 힘이 되는 일인지를 아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평온이 가만히 스며든다.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 속 등받이도 없는 작은 의자와 어쿠스틱 기타 한대에 의지한 채 노래에 새겨진 무늬를 조심스레 짚어가는 그의 모습에 알 수 없는 위안이 드는 건, 아마도 그의 음악이 그런 사람을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.

날과 달이 아닌 분과 초로 생각이 흐르는 요즘 세상에 '사색'은 사치다. 말과 글을 다루는 곳에서조차 누가 더 빠르게, 누가 더 자극적으로 쓰느냐가 주목을 끄는 세상에서 잠시 숨을 멈추고 깊이 생각하자는 청은 시대에 뒤 떨어져도 너무 뒤 떨어졌다는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하다. 그런 의미에서 '사어(死語)'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이 단어는 하지만, [이인자의 철학]에서 가장 강렬한 생명의 신호를 보내는 단어이기도 하다. 앨범은 너무 오랜만이라 오히려 낯설고 신선하게 느껴지는, 긴 시간 벼려진 문장과 멜로디가 한아름 담겨 있었다. 전작 [남몰래 듣기](2012)를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변화였다. 이호석 2집이 아닌 '2기'라 해도 좋을 앨범 속 그대로인 건 타고난 차분하고 고운 성정뿐, 연주도 목소리의 결도 전과는 달랐다. 편안하지만 묵직했다. 쉽게 잡을 수 있는 종류의 균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.

声明:本站不存储任何音频数据,站内歌曲来自搜索引擎,如有侵犯版权请及时联系我们,我们将在第一时间处理!